오랜만에 조우
설연휴의 여파가 막 끝나고 바로 시작 할 줄 알았던 공사가 하루 더 쉬게 되었다. 큰 이유는 아니고 날씨가 그냥 추웠던 탓이지만, 예전엔 공사가 하루라도 늦춰지면 뭔가 안타깝고 마음이 불안하고 했는데, 요즘은 공사가 우리 계획 설계 속도를 바짝 쫓아오니 하루 벌었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더라.
여차저차 쉬는 동안 IoT관련 기기들도 조사하고, 창호견적, 가구 견적등 다양한 견적들을 모아모아 돈나갈 것들을 셌다. 우리의 이사준비와 함께.
다음날 유난히 추웠고, 우리는 그 언 땅에 삽을 꽂던 박소장님과 조반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하루종일 날씨가 추워서 땅이나 파질려나 하는데 말그대로 완전 삽질이였다. 그 사이로 수도배관을 하기위해 배관줄을 이었고, 우리는 욕조 수도배관을 위해서 좀더 계산해보고 오겠으니 가운데에다 아직 달진 말고 내려달라고 얘길했다. 우리는 욕조깊이에 대해서 이러니저러니 깊은 대화를 이여갔다. 욕조 깊이에 따라 화장실 레벨도 달라지고, 창호 높이도 달라질 것이고 엮인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한편으로는 욕조라도 살렸다라고 생각하니 다행이기도 했었다. (물론 우리 소장님은 이런 욕조를 맘에 안들어 하신것 같았다. 전에 구반장님께 그거 그 비싼 호텔에 있는 것 처럼 생긴 욕조 그거라고 말씀하신걸 들었다. 작은집에 뭔짓이냐고.)
그렇게 삽을 내려놓고보니, 보이는 것은 서까래와 확장된 벽 사이에 아슬하게 걸친 마감. 그것. 벽돌을 쪼개 넣고 폼을 쏘고 마감했던 그것.
이걸 이렇게 해서 마감이 될지는 정말 의문이였다. 앞으로도 계속 의문을 갖고 있을 예정일 것 같다. 며칠전에 봤던 지붕에서 흐르는 그 물들을 앞으로도 볼까 두려웠다. 분명 뭔가를 하긴 해야할 것 같았다. 방수는 물론이고, 열심히 단열한 집에 열기가 저리로 다 나갈껏 같은 그런 비주얼은 참기 힘들지만.
추워 죽겠는 상황에 난로를 쬐고 있었고, 설계도면을 보면서 소장님과 반장님과 모여 해설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를 오랜만에 조우할 수 있었다.
실례합니다.
평소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실례를 일삼던 맹지는 자신의 대표 똘마니1과 그의 똘마니로 보이는 자 (이하 똘똘마니)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악수를 청했고, 그는 내가 있을거라 생각을 못했는지 살짝 못마땅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아줬다. 그의 왼쪽 가슴에는 국기원마크가 여전히 선명했다.
며칠전에 봤던 똘마니의 해설로 어느정도 상황은 파악 했고, 우리가 맹지일행들을 신경 쓰지 않으니 지네는 지네 일만 봤다. 그리고 나는 우리 기둥과 기와 사이로 그자식들의 작당을 몰래 보고 듣고 씹고 있었다.
이리로 저리로 뭐 어떻게 해서 길을 내서 저거뭐 뿌시고 아. 참. 어이쿠. 아놔. 이 나무는 뭐여. 대추나무여. 어쩔껴. 짤르껴?
뭐 이런 이야기들? 감탄사가 많이 들려왔다.
다시, 우리는 추워 죽겠으니 난로앞에 있었고, 추운날 작당을 모의하던 그들은 철수를 외치고 나가려던 참에, 똘마니는 나 몰래 우리집 사진을 찍고 있었고, 내가 보자마자 핸드폰이 무거운지 손을 내려 놓았다. 그렇게 우야무야 넘어가려는 맹지에게 나는 그를 붙잡고 선빵을 날렸다.
관장님. 2월 1일에 공사 시작하신다면서요. 공사 안하세요?
그는 미간에 주름이 열몇개정도 더 늘어난 상태로 나에게 설연휴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짜증을 내는 지네 오야붕을 뒤로하고 똘똘마니는 우리랑 옆에서 난로를 쬐고 있었다. 친한척 하는것 같아서 조금 짜증나긴 했었다. 나는 집을 나서는 관장을 따라가 그간 있었던 묵힌 앙금을 풀고 새로 관계를 쌓자는 의미로 밥한끼나 하자했다. 물론 그는 그러자곤 했지만 영 말은 아니였다. 아마 그의 대표 똘마니나 똘똘마니 (아마 그 둘은 건설일 등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길없은 자신의 땅. 맹지의 좋지 않은 미래를 이야기 했을 것으로 상상이 되었다.
나는 맹지에게 넌지시 이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요 며칠전부터 구청에서 자꾸 왔다갔다 해요. 누가 신고 했다고 하는데, 죽겠어요. 관장님도 조금 신ㄱ..
신경질적으로 관장은 자기가 아니라고, 이름을 걸고 자긴 아니라고 말을 했다. 나는 그가 했다라고 말 한적도 없지만. 무튼 뭐 관장님은 아니시겠죠 당연히. 우리랑 잘 도장도 찍고 그랬잖아요. 믿죠 당연히. 근데 아무튼 외부에서 자꾸 민원이 들어와서 공사가 진행이 안되네요 글쎄.
맹지는 우리의 말을 다 들었을까?
부리나케 그는 그 자리를 털고 나갔다. 마치 재수 옴 붙은것 마냥.
앞으로도 그를 볼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 본다면, 더 통쾌하게 보고 싶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