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들날 없다.

그렇게 그렇게 잘 끝나서 잠깐이라도 뭔가 마음이 편해질 거라 생각 했다.
아니 사실 맹지랑 공증을 쓰고 나서도 뭔가 터질것 같은 찝찝함은 지울수가 없었다.
그 찝찝함은 일과시간이 끝나갈 즈음 극에 닿았다.

16시 27분.

정 주무관의 요지는 이렇다.

“토지사용승낙에 관한 합의서는 잘 합의가 되신겁니까?”
“잘 되셨다니, 저희도 그럼 점검 사항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공사중에 불 피우는 부분 단속 잘 해주시고, 공사 진행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종로구청의 전화와 급박했던 나와 아내의 전화

팀장님께 안부와 감사의 인사를 전달 부탁하며 그렇게 전화를 끊고
바로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오빠. 이거 뭔가 찝찝한데… 왜 토지사용승낙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저 합의서를 토지사용승낙서로 인지하고, 우리집을 통해서 인허가를 내주려는 상황인가..?”

우리가 그간 알아봤던 토지사용승낙서(토지이용승낙서, 대지사용승낙서, 대지이용승낙서 등등..) 은 이렇게 허술하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닐꺼라 했지만…

다시 확인전화를 하고나서
역시 이렇게 좋게 좋게 지나갈 리가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 주무관은 우리의 합의서를 토지사용승낙서로 인지 하였다. 상위 합의서는 토지사용승낙서가 아니라 하자, 주무관은 합의가 제대로 안됬다라고 인지 하고, 들어온 민원에 대해서 다시 처리하여 우리 대지에 대한 상황을 대수선 처리 하여 공문을 내리겠다고 했다.

민원과 대수선을 얶는것도 이해가 안되며 우리집은 대수선도 아니고, 수선 범위내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대수선이라면 어딜보고 대수선이라하는지 제대로 얘기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돌아오는건

“기둥하고 보, 전부 다 가셨던데요..?”

기둥도 간적없고 (동바리는 했지만 물론 60cm 이하), 보또한 간적도 없고, 설마 장혀를 갈았다고 그걸 보라고 봤을리 난무하고 (혹시 그걸 보라고 봤으면 한옥, 및 이지역을 담당하면 안될것 같다… ) 너무 억울하다, 이렇게 제대로 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공사 중지 되면 우리 손해는 어떻게 하라는거냐 라고 얘기했지만,

“그럼 공사 중지 명령에 관해서 소명 자료 보내세요, 손해는 구청에 손해배상 청구 하시면 됩니다.”

.

.

.

.


엎친데 덮친격일까.

공사중에 반장님께 연락이 왔다.

“조적을 쌓는데, 앞집 할머니 때문에 대문쪽에 조적을 못 쌓았어요.”
“할머니가 대문 마주보는거 안된다고 극구 반대하세요. 이거 해결 해야겠는데요?”

와. .이건 무슨 상황일까..
지금 설계에 대문은, 조금 오바하고 좋게 좋게 얘기하자면, 우리 설계의 핵심이자, 이 건축에 공간적 시퀀스와 멋짐 멋짐을 계속 발라주는 그런 공간 이였는데, 현실을 부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당장에 할머니를 설득하러 찾아 갈 수 밖에 없었다.

저번에 못드린 약간의 뇌물성 케이크와 함께 찾아간 할머니 집엔 여전히 똑똑똑 소리에도 기척이 없었다. 몇번이고 크게 계세요라고 물었을 때 할아버지가 저 멀리서 방문을 열고 그 때서야 나오셨다. 할아버지는 크게 별 얘기 없으셨고, 주 포인트인 할머니를 다시 기다리려고 현장에 들어갈 때, 아이고 라는 소리와 함께 할머니께서 나오셨다.

우리는 밖에서 약 30분정도 할머니 집 안에서 약 1시간정도를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할머니는 이동네의 실질적 실세 인게 확실하시다. 이동네 사신진 어연 50년이 됬고, 이집에 오신지는 어연 30년을 훌쩍 넘으셨단다.

할머니의 입장은 확고 했다.
40년 가까이 살아온 이 마을과 당신의 집문에 변화를 원하시지 않으심이 분명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회유를 했다. 대문이 틀어져 있어서 마주치지 않습니다, 안쪽 골목 사용하시기엔 이렇게 대문을 쓰는게 편하실껍니다. 대문이 이렇게 있어야 이쪽을 넓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등등
할머니 입장의 장점이 통하질 않자 우리의 입장을 이야기 했다. 자녀방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등등..
어디서 들으셨는지 집 대문이 마주 하는건 좋지 않다고 (정황상 할머니 친구분이 놀러와서 그렇게 바람을 잡으셨다라던가..) 원래 그러는거 아니라고.. 원래 그러는게 아니라고.. 아물론 아파트는 마주하고 있어서 우리는 괜찮을 줄 알았다 등등

장장 2시간 가까이 할머니와 함께 했지만, 결국 해결은 못했다. 우리는 또 무거운 짐을 안고 라멘 한그릇과 함께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

.

.

.


현장의 조적은 어느정도 올라갔다. 우리가 파사드라 생각했던 면의 조적은 의도치 않게 중방 위까지 다 쌓여져 있었다. (창문 위치 빼고) 벽이 쌓이니 우리의 집의 형태가 들어나는 것 같았다. 바닥 및 창의 위치 또한 자세히 다시 봐야 할 것 같았다.

파사드면 의 중방 위로올라간 조적벽과 40cm의 창높이. 그리고 다 쌓지 못한 옆벽

열교현상에 따른 창의 디테일 해결도 여전히 중요하다.

뭍힌 방의 벽과 방습 방수도 중요하고, IoT도 중요하고, 대문이 바뀌어 다시 설계하는것도 더더 중요하고, 맹지와의 관계도 중요하고, 구청간의 관계도 중요하고.. 너무나도 할일이 많다. 당장 내일 다시 구청에 연락을 취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집앞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참 우리 바람잘날이 없다.

그래도

잘해보자.

내일은 추워서 일을 쉬신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