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쌓은 벽돌

집이 지어지면서 몇번의 큰 설램을 느껴왔다. 첫 설램은 집을 해체 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천장속 서까래가 드러났을 때. 두번째는 몇년간 덮여진 지붕 덮개(호로라고도 한다)를 벗기고 80여년간 켜켜이 쌓여 있던 기와와 기와속 흙을 내려 놓을 때. 그리고 지금 모든 내력벽들이 사라져 있다가 드디어 ‘이곳이 집이였다’ 라고 얘기하듯 벽돌로 벽을 쌓아 집을 둘렀을 때.

나란하고 곧고 켜켜이 쌓인 벽돌이 집의 윤곽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그간 이 집을 지우개로 깔끔하게 지워냈다면, 쌓은 벽돌의 의미는 이제 우리가 설계한 대로 집을 그려내겠다라는 의미 일 것이다. 연필로, 팬으로만 그린 것이 아니라 190x90x57의 콘크리트 벽돌로 말이다.

계획한 라인으로 그려지는 조적벽면

조적공사는 혜성사 가는 길가에서부터 쌓여서 , 앞집 할머니의 입김을 담아 대문쪽을 돌고 드디어 옆집 담벼락과 마주한 곳에 쌓이기 시작했다.

혜성사 가는길은 창호에 관한 이슈가 있어서 그자리에서 바로 해결을 했었고. 대문쪽은 앞집 할머니의 대문 이동에 관한 이슈 가 있었다면, 옆집 담벼락은 옆집 마당과의 높이차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옆집 담벼락과 마주한 벽은 우리집과 약 500mm 정도의 높이 차로 80여년간 물에 불은 벽이 있었고, 우리는 이곳에 옷장이 들어갈 예정이라 방수에 대해 예민하게 신경 쓸 수 밖에 없었다. [전에 언급했지만, 흙에 덮여 물에 젖어 있던 하방은 마치 물에 푹 불은 콘푸로스트같았다. 물에 불어 곰팡이랑 같이 살 것을 지켜만 볼 수 는 없었다.]

또한 계획된 화장실은 담벼락과 마주해 보일러실(?)도 들어가야 했고, 화장실의 마감 특성상 실내로 더욱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벽돌 쌓는 방법에 대해서도 매우 민감한 상황이였다.

이런 상황속에서 하루라도 라도 깜빡하고 넘어가게 되면 속칭 현장말로 데나우시 (てなおし) 를 해야 했다. 보일러실에 관한 이야기를 반장님과 잠깐 지나가듯 얘기 했던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 하시더니 보일러실을 없앨 뻔 했다라 던가..
(다행이도 박 소장님이 쌓인 벽돌을 마르기전에 치웠다. 조적공은 한참 쌓다가 치워진 보일러실 벽을 보고선 누가 치웠냐고 놀라셨지만 박소장님이 원래 여기까지 쌓았지 않냐고 하면서 아무것도 모른척 했다…)

담벼락과 붙게 쌓은 조적벽 이외에 다른 이중벽 쌓기 되는 곳의 내측 조적은 0.5B쌓기가 아닌 벽돌을 57mm로 얇게 세워 쌓기 (0.25B 쌓기 일까?) 를 해서 약 50mm정도 세이브 하길 바랐으나 (설명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으나), 다음날 오후에 현장에 가면 무슨일이 있었냐라는 듯이 아주 반듯하게 0.5B로 보란듯이 깔끔하게 쌓여 있었다.

내맘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계속되는 벽돌 쌓기

설랬던 그 마음은 어디갔는지, 우리는 현장에 갈 때마다 줄자를 재서 남은공간이 얼마인지, 실측하고 다시 재고, 다시 CAD작업 하고, 스케치업을 수정하고, 들여다 보고, 공간이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나오는지 고민에 쌓였다.

고민중 고민중

1월 중순은 추위가 주중에 듬성듬성 날을 감쌌고, 조적벽과 조적벽 사이에 추워보이는 8T짜리 온도리와 마르지 않은 조적벽위의 액체방수는 우리를 더욱 겁먹게했다. 그럴때마다 디테일 도면을 그려보고 고민하고 제안했다. (물론 잘 먹히진 않았다.)

쌓여진 조적벽 사이에 들어간 온도리

제발 우레탄방수라도 한번 하면 안될까요? 너무 불안해요
아 괜찮아요 안 새요 안 새.
아 그럼 물 새면 소장님이 다시 고치러 오실꺼죠?
네~. 하자 수리하러 자주 돌아댕겨요.

하자가 난다는건가 안난다는건가….

방수 깨지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만, 반지하 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한 레벨에 고민을 하게 된다.

외방수를 겸했던 첫번째 방수는 그렇게 마무리 되고 결국 물에 젖은듯한 찐한 회색은 또다시 미장에 덮여 더이상 볼 수 없었다. 남은 추위를 어떻게 견뎌낼 것일까?

우리에겐 두번째 벽돌쌓기의 내방수라는 2차전이 있다. 그것만큼은 액체방수를…

더는 돌이킬수 없게 순식간에.
미장되어 더는 보이지 않는 벽돌의 모습

1월. 추위가 한창 몰아치고, 몇몇 기둥에 깎기가 진행 될 때. 물치가 철거 되었고, 그자리에는 고재가 쌓였다.

대청에서 보이는 마당은 고재 때문에 많이 차이는 없었으나, 그래도 한 껏 넓어 보였다. 반 강제적으로 결국 물치를 헐었으니, 멸실신고 해야 할 것이고 (원래는 1주일 미리 해야 한다.) 그 자리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치는 조각이 되어 자루에 담겼고、 그자리는 고재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