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청 주거재생과(주택과)

오후부터 연차를 내고 며칠간 머릿속에 어떻게 해야 할까 고심했던 날이 왔다. 공사를 시작한지 15주째. 이날은 정말 대놓고 당신네 집이 인허가건을 넘어선 놈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러 오겠다고 한 날이다. 지난 목요일, 갑자기 구청에서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었다. 사실 매번 이렇게 전화오는걸 바로 받아서, 그 상황에 능숙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어처구니 없이 책잡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 이듯이, 그 간 해놓은걸 다 망쳐버릴 수 도 있었다.


일전에 주택과 김 주무관에게 전화가 왔을 때 물어본 것이 있다. 누가 이런 신고를 넣은것인가? 우리는 분명 앞집과 공증에 도장도 찍고 서로 민원 넣지 않기로 하고 잘(?) 해결 했는데, 이런 명확하고 또렷한 민원은 분명 우리 앞집 맹지 짓인게 분명하다. 맹지가 아니면 누가 그걸 넣나.

주문관이 답하길,
1. 우리도 이런 민원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관련하여 확인 하러 갈 수 밖에 없고,
2. 아마 이렇게 인허가를 벗어난 공사가 진행중이라는 자세하고 꼼꼼하게 민원을 넣은것을 보면, 이쪽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전문인이 아닐까.

나는 문뜩 떠올랐던 사람이 있었으나 [지나가던 구의원이 현장을 보고 한소리 하고가긴 했음] 그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다시 닫음. 차라리 그사람이면 다행


집은 이미 벽은 올라갈만큼 올라갔고, 듬성듬성 깎인 상태로 드러나 있는 기둥과 장여들이 혹여나 주택과 순찰팀에게는 아주 새로운 놈처럼 보일지, 어처구니 없는 일로 또 공사가 중단되지나 않을지, 우리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어려가지로 머리아픈 상황이였다.

순찰팀은 원래 전화왔던 그 날 신고 받고 순찰을 나왔지만, (추운날에)공사가 중단되어 문이 잠겨 있는 현장만 보고 나에게 전화를 했던 것.

약속을 금요일 5시에 잡고 다시 보기로 했지만. 때마침 그 날 아내가 매우 아파서 병원까지 가는 상황이였고, 오후5시엔 내가 갈 수 없는 상황이였음으로 다시 다음주로 미뤘고.

김주무관은 2주간 휴무신청을 했었고, 오늘은 순찰팀 여럿이서 온다라는 이야기만 전해 들은 상태.

결국
오후부터 연차를 내고 며칠간 머릿속에 어떻게 해야 할까 고심했던 날이 왔다.


2시 반이 될 때까지 우리는 속쓰린 배를 부여잡고 (매번 이런 일이 생기면 소화불량에 뭔가 컨디션이 확 떨어진다.), 점심을 맛있는 부대찌개로 든든하게 채운 후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소장님과 어떤 말을 할 것인가 말을 맞춰보고, 이번에도 구청에서 처들어 올때 맹지주인이 또 같이 나타나서 우리집을 쑤시고 다닐까 현장에 문이 열려 있을 때마다 다시 가서 문을 다시 잠궈두고, 발은 안절부절 못하고 온 마당을 왔다갔다 했다.

도대체 어떤사람(혹은 놈)이 올까. 같이 오는 다른 사람은 없을까? 준비해 온 서류나 물품들은 뭘까? 정말 뭔가(?) 다 알고 왔을까? 강압적으로 할까? 이렇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갑자기 공사 다 중단하라 그러면 어떡하지?……등등등…

2시가 살짝 넘은 상황에서 이제 출발한다라는 전화를 받은 후에는 더 긴장 할 수 밖에 없었다. 박소장님은 혹시 오는 사람이 그 영감님 이 아닐까 라고 하셨다. 매번 이런현장에 돌아다니는 영감님이 계신다고 하시는데, 서로 안면은 있다고는 하셨다. 아는 사람들이 와서 좋게좋게 잘 해결 하고 가길 누구보다 소원 하던 찰나에, 2주간 휴가중이라고 하셨던 김주무관님과 그 밑에 2명. 그리고 그 영감님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집에 들이 닥쳤다.

뭘 물어보고 뭘 보고 갔는지 정확히 생각나지는 않았다.
오자마자 뭘 물어봤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가장 궁금한것은, 김주무관 손에 들려 있던 자료가 무엇인지 였다. 계속 김주무관 뒤를 밟았다. 주무관은 A4용지로 인쇄된 몇 서류들과 크게 인쇄된 사진들 여러장을 들고 이곳저곳을 뚤어지게 관찰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밑에 직원들에게 여기저기 가르키며 꼼꼼하게 사진 찍기를 명했다. 김주무관이 둘러보는 곳들을 자세히 관찰 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사진과 비교하자면, 아주 멀쩡하고 심지어 깎지도 않은 보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아마 일전에 건축과(혹은 민원인이겠지)에서 보를 아주 다 갈아놨지 않냐며 으름장을 냈었는데 그걸 확인 한것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집 보는 아주 더럽게 그대로고(높아서 깎지도 못함.)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장여만이 예쁘게 깎여 얹혀 있었다. 설마 그것을 보라고 보진 않겠지 또.

그렇게 졸졸 따라다니다 드디어 하나를 지적 했다.
이거 기둥 밑에를 다 가셨네요?
네.
이거 기둥 밑에를 갈면 안되는거 아닌가요?
네?

아 이건 모 아니면 도 다.
이사람은 지금 한옥을 모르는 상황인 것 같고. 이걸 내가 일일이 얘기 해주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일까? 아니면 이 얘기를 안하고 이 부분을 구청에 가서 체크를 해서 우리가 잘못이 없다라는 것을 알아서 파악 할 수 있는 상황일까? 혹은 우리집을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를 적용시키지 않고 (그걸 몰라서) 우리집을 구조부 대수선이라는 이상한 문구로 우리집 공사를 멈추게 하지는 않을까.

네 갈았습니다.
밑에가 썩어서 썩은부분들을 도려내고 갈았습니다. 이걸 동바리라고 하던데..

그러니깐요. 지금 주요구조부를 이렇게 갈아버리면 건축법에 저촉이 될텐데.. 이거 와서 찍어요

음..

한옥에 대한 관계법령의 특례 적용기준(제19조제1항 관련) [별표2] 중에 1번.
「건축법」 제2조제1항제9호에 따른 대수선의 범위 : 「건축법 시행령」 제3조의2제2호와 관련하여 한옥 건축물 기둥의 밑단으로부터 60센티미터 이하의 범위에서 수선할 때에는 그 개수와 상관없이 대수선에 해당하지 않는다.


신명조11pt의 아래아한글에서 작성된 아주 공무적인 양식의 문서를 아주 또렷하게 읽어 내려봤다.

그것도 모른체 김주무관님은 열심히 찍고 계셨고, 아내가 어렴풋이 동바리 60cm얘기를 박소장님께 들리도록 꺼냈으나, 김주무관님은, 일반건축법에는 저촉이 될것같으니 이부분 들어가서 확인해보겠다라고 했다.
내가 크게 얘기할 것은 없었으나, 동바리로 갈았던 말았던, 우리는 건축법과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등을 꼼꼼히 읽고 진행 했다. 나는 건축설계일을 하는 사람이고, 우리집이 대수선 범위안쪽에서 밖에 공사를 할수 없는 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신경써서 체크 부탁드린다. 그리고 혹여 집에 문제가 있거나, 내가 고쳐야 할 사항 등 이 있으면 미리 얘기해주시라. 무엇이든 해명할 세 없이 공사 중단이 떨어지면 아무것도 못하고 계속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므로…

영감님이 몇몇 얘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이집 문제가 대수선 하면 안되는 상황이라는 거죠? 그게 저 옆집 맹지땅과 분쟁이 있어서일 것이고. 서로 잘 합의는 됐어요? 서로 합의가 잘 됐으면 별일없이 잘 되겠죠. 암튼 잘 알겠습니다. 검토해보고 연락줄게요.

우리는 웃으면서 서로에게 알았다라는 답을 받았고, 박소장님과 영감님은 남은 몇마디 나누고 그들은 돌아갔다.


나는 김주무관 뒤를 따라 다니면서 서류 뒷면에 그려져 있던 그 그림을 보았다.
빨간 팬으로 그려진 우리집과 맹지 사이에 대지경계.
그리고, 난 그 그림을 그린사람을 그어떤분과 그 똘마니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