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장

우리의 큰 일 중 하나 였던 머름이 완성 되고 나서부터는 빠르게 마당측 입면이 완성 되기 시작했다.

머름 밑은 이전과 같이 조적으로 쌓고 슥슥 쉽게 발라버렸다. 이것도 벽인지라 땅 을 깊게 파서 차곡차곡 쌓는데, 거실 쪽은 그간 있던 그 무거운 디딤석을 치우고 다시 쌓았다. 그리고 치워진 디딤석 뒤로는 다 나온줄 알았던 쓰레기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출몰했다.

신일선풍기. 오래된 놈도 아닌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이 속에 버렸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풍속조절되는 ks마크를 받은 놈.


비가 많이 오기로 한 주였다.

우리는 다음주에 집에 단열을 위해 경질우레탄 폼 뿜칠을 예약 했었다. 집 내부부터 지붕 전체까지 쏘는 작업이였고, 주중에 비가 오는 문제 때문에 그간 마당에 있던 고재들과 지붕등을 점검하고 보수 작업에 들어갔고, 비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우일을 맞이했다.

그리고 비대신 큰 눈을 마지했다.

아마 공사의 마지막 눈이 아닐까 싶었다.
마지막 공사장의 운치.

단열폼을 치기 전에 집에 달릴 수장재들을 마지막으로 모두 체크 했다.

수장 [修粧]이라 함은 다듬고 꾸미고 치장한다 라는 뜻.

하방과 머름 밑으로 마당과 실내의 확실한 벽을 쌓고 방수 한 후, 수장 작업의 마지막으로 문선을 설치 했다.

문선은 기둥은 아니지만 기둥에 버금갈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고, 머름이나 상,중,하방, 장혀들과 함께 비슷한 두깨를 가지고 있었다.

아내에게 문자가 왔었다.

문선에 찍힌 망치 자국에 잠을 못자겠다고..

문뜩 주변 혜화동에 한옥을 지으면서 책을 출판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글로 읽었던 것이 생각났다.

자신의 집 여러 기둥, 수장재들에 못을 박고 아무렇지 않게 옷을 걸고, 모자를 걸고, 가방을 걸고 있으면, 마치 자기 몸에 못이 박힌 듯 아팠다고.

우리집도 여기저기 못자국이 많은 집이였다. 그리고 마지막 수장대인 문선에는 그 흔적이 쫌 깊게 파여있던거 같았다. 이 문선도 우리집 어딘가에서 쓰이던 문선이였는데, 아무리 깎아도 어쩔수 없던 놈이였나보다. 그냥 넘어가도 될 놈이지 않을까 했지만, 우리집에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입면에 있었기 때문에, 아마 지금 안고치면 더 잠을 못잘 것 만 같았다.

‘도저히 안되겠어.. 내일 꼭 바꿔달라고 얘기해야겠다.’

‘그래 더 늦기전에 바꿔달라고 하자.’

문선을 달던 그 자리에서 다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설치하시던 모습 때문에 말하기 힘들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어렵게 문선이 들어섬으로써 우리는 결국 한옥 수장재의 설치가 끝이 났다.

그리고, 맘아프게 찍혀있던 그 문선은 깨끗하게 바뀌었다.

스케줄 상 휴일이였던 화요일 (2.12). 맹지똘마니에게 전화가 왔고, 받지 않았던 나는 다음날 우리집 벽과 바닥에 칠해져 있던 스프레이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