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달

섣달 그믐달
2018년의 마지막날
구청에 합의서를 제출 하고나서 5일 째 쉬는 날.

27일에 마지막으로 구청에서 연락온 내용.
우리가 쓴 합의서에 약간(?)의 수정사항만 바꿔달라고.

그간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여러 지인들과 검토.
결국 “건축행위”라는 단어를 “공사” 라고 바꿈.
3번 항목을 지우고
합의인1,2를 각각 갑, 을 로 변경.


항상 구청에 가면 구구절절 하고 싶은 말이 많은것 같다. 우리가 왜 이래야 하는지, 공사 중단 중이라 많이 힘들다, 왜 대수선인가, 맹지는 왜 저 모양인가 등등등…

구청에 찾아갔다.

우린 이내 몇가지 답을 수 있었다.

민원인끼리 서로 잘 하자고 하는거면, 서로 갑, 을 이라는 단어는 쓰지말자.
이정도 합의서로써는 구청 내에서 이런저런 효력은 없을 것이다.
구청에서 공사 중단 시킨 큰 이유는 공사중에 난방 문제 (불피운 것)로 인한 것이다.

내가 제일 궁금 한 것은 그것이였다.

“우리 공사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우리는 공사하시는걸 중단 시킬 수 없어요. 문제를 얘기한건 공사중의 난방 문제였어요. 그거 잘 처리하시고, 신경쓰시면서 공사하세요.”

“합의서 잘 쓰셨으니, 그쪽에 연락해보고 별 문제 없이 잘 될껍니다. 문제없이 잘 진행하세요. 완공되면 집들이 하고.”

제일 듣고 싶은 말을 들은 후 이 기쁜 소식을 바로 우리(?) 박소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참 우리 때문에 공사 했다 안했다 힘드실 박소장님.
왜그렇게 박소장님을 보고싶었는지, 박소장님 어디계신가 하고 물으니

“익선동 입니다”


참 오랜만에 기분좋은 여유였던 것 같다.

우리는 오래간만에 연휴에, 차도 있겠다

마음 놓고 현장에도 둘러보았고
집안에 들어갈 인덕션과 사이즈도 보고
신세계 백화점에도 가서 빵도 사먹고..

익선동에 가야 하니 겸사겸사 앞으로 다시 진행할 부분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둘러보기로 했다.

익선동에서의 봤던 한옥들의 입면은 크게 손상되어 있었다. 실험적이였지만, 집으로써 이야기 하기 힘들었고, 마치 한옥을 인테리어의 아이템으로만 사용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반드시 인테리어가 아닌 건축가로써 풀수 있는 무언가를 더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익선동의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박소장님과 예쁜 꽃 카페에 같이 앉았다. 커피와 함께 우리가 앞으로의 진행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다.
기둥깎기에 대한 문제와 방수 방습에 관한 문제. 앞으로의 시공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몇시간을 떠든 후에 우리는 새해를 마음 편히, 간절히 바랄 수 있게 되었다.
내년에는 정말 마음 편한 우리 집에서 봄을 맞이 하고 싶다고.

그렇게 우리는

힘겨웠던 2018년을 보내고 , 드디어

2019년을 맞이 했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