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조용한 날

구청에 찾아가 사건의 해명을 들은 후 사태가 정리되었다.
오해가 있는 부분은 어렴 풋 해결이 된 것 같고, 맹지는 알아서 공사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구청일은 더 이상 없을 것 처럼 며칠이 지나갔다.

그간 현장에서는 몇몇 기둥을 조금 더 깎고、 바닥도 우리집 레벨보다 좀 더 팠고、 버림콘크리트를 치기위해 따뜻한 날을 기다리며 햇볓을 쬐고 있다.

물론 간간히 앞집 맹지는 뭐가 더 남았는지 공사장을 잠깐씩 두리번 거리고 갔다란 얘길 들었다. 아마 그때 같이 왔던 관계자 (우리는 똘마니 라고 불렀다)와 함께 왔다갔을것 같다. [맹지를 담당할 건축사와 주택과 사람들이 오갔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공사중에 몇 불안한게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옆집과 맞닿아 있는 담벼락이었다.

중방 밑으로 콘크리트블럭으로 쌓은 옆집 벽과 그 밑에 물에 젖은 흙과 하방.

그 담벼락이 너무 약해보여서 한번은 이야기 할 필요 있어 보였다. 다행이도 벽체 조적 공사중에 담벼락 밑 땅을 파니 사고석 몇개가 나오고 그 밑으론 담벼락을 지탱하는 부분이 전혀 없어 (물에 젖은 말랑말랑해진 하방만이 버티고 있었다. 마치 물에 불은 콘프로스트 같았다.) 위험해보인다고 새로 쌓자고 연락이 왔다.

담벼락 밑에 깔려있던 오래된 사고석. 마치 화석처럼 뭍여있던 세월의 흔적

무너뜨린 담벼락 뒤로、 80여년간 뭍여서 보이지 않았던 옆집의 속살이 보였다. 듬성듬성 엮인 짚풀 사이로 떨어져나간 흙이 그간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좀 더 신경 썼다면 우리집의 쓰레기들로 나갔던 세월의 흔적을 좀더 아름답게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80년간 갇혀 있던 옆집 벽의 모습.

오랜만에 찾은 현장.

조반장님은 쓰레기를 한 차 버리러 가셨고、 구반장님 혼자 옛 정화조 자리에서 땅을 파고 계셨다.
구반장님 말씀으로는 이 집을 지을때 만들어진 오래된 정화조로 보인다고 하셨다. 보여지는 정화조는 3구역으로 나눠져있었다. 마치 군대에서 정화조 청소할때 봤던 것 처럼 ‘한단’ ‘한단’, ‘구역’ ‘구역’으로 넘어가며 정화하는 것으로 보였다.

우측에서 좌측 아래 좌측 상단으로 빠지는 옛날 정화조의 모습.
땅을 더 파니 옆에 스며들었던 물이 조금씩 고였다. photo by -전-

정화조 끝으로는、 오래전에 이 구역에 크게 묻혀있다라고 추측되던 큰 오수관이 발견되었다. 오수관을 크게 바깥으로 돌릴뻔 했는데 다행이도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덤으로, 정말 다행이도 정화조가 너무 오래돼서 오물이 다 밖으로 나갔는지 냄새가 하나도 안났다.

추가적으로 박소장님 께서 보기에 ‘앞으로 정화조 묻을 자리가 마땅치 않고, 오수관의 루트를 빼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집 마당의 물치를 해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셨고, 이렇게 묻으면 다행이도 전에 걱정하던 마당 레벨을 유지 할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밖으로 정화조를 돌리면 마당 레벨을 올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덤으로, 현장에 문제가 하나 있다면, 정화조 문제는 아니고 대문의 위치 조정 때문에 그전 사랑채 안의 있던 주추가 너무 높아서 다시금 정리 해야 할 일이 생겼다라는 것. (주추 일부 깎아서 목재를 덧 대야 한다고 한다.)


여담으로
구반장님은 엄청난 바이크 매니아에다 엄청난 터보엔진으로 교체한 오리지널 티코를 소유 하고 계신다고 한다. 말로는 아우디도 별거 아니라고 하며、 짬깐 밟으면 170은 기본이란다. 차 전체를 5T 강판으로 덧대서 엄청 튼튼하다나..?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