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기

오늘은 기대하던 머름이 온다는 날이였다.

오후즈음 돼야 머름이 온다해서 그동안 다른 작업들을 진행 했다.

오늘 유난히 추워 붕어빵을 사서 소장님과 조반장님께 드렸다. 게눈감추듯 드시고 다시 땅을 파셨다. 먹을게 있으면 일을 못한다나. 이분들 일당이 떠오르더니 더이상 이런걸로 괴롭히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붕어빵은 1000원이 아니라 한 만얼마쯤 이라 생각된다.

 


한옥은 길이 재기의 연속이다.

생각했던 치수는 무언가 하나 설치되고 나면 또 다시 뒤바뀐다. 건축에선 몇mm 때문에 집의 완성도가 너무나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한옥은 그 정도 쯤은 별거 아니라 말한다. 특히 우리집 처럼 수선 하는 집은 더더욱더.

이건 몇mm로 그려야 할까. 어렴풋한 길이와 곧지못한 직선은 올곧은 캐드에 어떻게 그려줘야 할까 항상 의문이다. 이 상인방 밑으로 합판도 쳐져야 하고 단열도 해야 한다.

오늘 다시 땅파고 묻는 수도관은 부엌에 들어가는 수도관에 비해 위치변경이 쉽지 않았다. 부엌수도관은 싱크대 밑에서 들어오니 어느정도 위치 조정이 가능하지만, 화장실에 수도관은 벽에 매립형이다 보니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다.

박소장님께서 우리 욕조를 미리 체험하고 계신다. 욕조의 수전 높이는 다운욕조 특성상 매우 중요하다. 새끼발까락을 찧게 할 수 있거나 머리를 찧어 구멍을 뚫을수 도 있다

화장실 욕조는 실측에 따라 너비가 왔다갔다 한다. 그렇다고 욕조 수도관을 설치 하지 않을순 없다. 예상으론 욕조 한가운데로 가야하거늘、계산할때마다 달라지는 중심선은 내가 수학을 할줄 아는 것인가라는 근본적 물음까지 다닿았다.

기존계산과 달리 욕조가 더 작아지는 모습에 변기를 조금만 우측으로 미룰껄 했던 아쉬움이 생겼다. 한 50mm라도. 사실 예상했던거랑 다르게 설치 되어 있었긴 하지만, 그렇다고 오수관을 다시 설치하는 데나우시(?)를 다시 할 순 없었다. 그것도 안된다는걸 힘들게 설치 한거니.

아쉬운 마음에 다시한번 재본다. 이제는 이동할 수 없는 변기통.
그 옛날 말 한마디에 보일러실을 없앨뻔했던 그 현장. 우리의 첫 데나우시.
데나우시는 일본어 데나오시(出直し)에서 유례된 말이다. 뜻은 첨부터 다시. 굳이 현장말로 하자면, 다시 뜯어서 하자 정도 될까?

 

딱 맞지 않는 한옥을 시공오차라고 두기에는 무언가 찝찝하고, 그렇다고 매 두께가 달라지는 기둥을 일일이 그릴수도 없으니, 어디서 길이를 재면 1970이고 어디서 재면 1985고, 어디에 손발을 맞출수가 없었다.

 

기둥위에 수없이 다시 재고 쟀던 흔적의 연필선들

 

진짜 한옥은 길이 재기의 연속이다.

그리고 온다던 머름은 결국 다음날로 미뤄졌다.


*ck1. 오늘은 그전부터 얘기하던 (안해준다던) 주추가 단열선 안쪽으로 깎여 있었다. 츤츤박소장.


*ck2. 종로구청 주택과에서 순찰 차 왔다갔다한다. 사진찍고 또 난리 부루스.
토요일인데도 근무하시냐고 물어봤다란다.
지네도 토요일에 나왔으면서.
그만 봤음 좋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