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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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날이다.

반쯤 쉬고 싶어서 썼던 휴가기도 하고, 반쯤은 걱정이 되어서 썼던 휴가이다.

오늘은 딱 9월 10일

아내랑 만난지 3000일이 된 날.

새벽에 비가 요란하게 왔다갔다.

그러곤 언제 왔냐는 듯 비가 그치고 해가 뜨기 시작해 다시 잠에 들었다.

‘오빠 일어나봐.’

아내의 다급한 말에 눈을 떳는데, 생각보다 일찍 일이 벌어졌다.

맹지는 기여코 일을 치루기 위해 왔고, 같이 온 업자 두 사람은 몇 기계와 함께 집 앞을 활보하고 있었다.

오늘 11시 반부터는 아내가 서울시 한옥심의가 있어서 나가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무슨일이 일어나든 바로 대처 할수 있게 다급히 씻고 옷부터 부랴부랴 입었다.

정말 이해할수 없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돈을 들여 그 곳에 공사를 하고 우리집을 그렇게까지 괴롭히려고 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진심 85% 정도로 정말 잘 얘기해서 해결하고 싶었다.
굳이 그곳에 돈 들여 공사하시지 마시고, 그간 오해와 마음에 안 든 것들이 있다면, 조금씩 털어놓고 얘기하자고,
그리고 좋고 맘편한 추석 됐으면 좋겠다고.

방문을 나서고 마당에서 맹지를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마음에 없던 15%의 말투가 나왔다.

공사를 하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우리를 괴롭히겠다라는 마음 또한 그대로였다.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마음의 벽이 컸는지 말은 다가가지 않았고, 공사하려고 가져온 쁘랙카때문에 더더욱 들리지 않았다.

‘관장님, 내려오셔서 얘기하시죠 너무 시끄러워서 잘 안들려요.’

여전히 자기 얘기만 하는 그는 자기 공사소리 때문에 우리에게 들리지 않았고, 우리는 결국 그를 어루고 달래 집 앞 대문까지 오도록 했다.

그는 여전히, 사모와 아들이 화가 많이 나있어서 방법이 없고, 넘어가 있는 6홉의 땅을 1억에 팔고자 하였으나, 아들이 자기 맘대로 7000으로 깎아서 집에서 크게 혼이 났다 라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1억이든 7000이든 우리는 그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런 금액은 말이 안되는 금액이니.)

지금 하시는 작업이 우리집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문제가 생기는지, 그리고 공사 당사자에게도 이러저러한 피해가 있고 결국 벌금도 내야하는 여러 문제가 있다 를 말씀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땅에 내가 어떻게 하는데 문제를 재기하지 말 것을 요구 받았다.

정말 이기적이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 생각했다.

그사이에 아내는 그와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내의 차분하고 친절한 설명에, 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옆에 기둥과 저쪽 기둥을 쭉 연결한 정도의 땅 그 정도로 협의 봐줄 수 있다.]

그러자 아내는,

‘이렇게 서로 얘기하니까 조금이라도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라며 다음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시끄러운 공사소리를 뒤로하고 집앞 세븐일레븐으로 2층으로 갔다.

나는 여전히 자기얘기만 하는 그가 정말 이해가 가지 않고 화가 났다. 좋은 얘기만 하고 싶다가도 터져나오는 협박과 막말은 정말 금방이라도 이자리를 박차고나가 법대로 해라 라고 쏘아붙이고 싶었다.

그상황에서 아내는 나를 어루고 달래주었다. 힘들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방법을 모색하려고 했다.

그리고는, 그의 거친 언행들 뒤로 진심이 살짝 들어났다.

땅은 팔 것이다. 파는데, 자기 가족들이 지금은 화가 나서 반대가 심하다.

지금 공사를 하려는 것이 자기내 위쪽에 배수가 안돼 이를 정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이땅을 2평 팔면, 지금 지어놓은 건폐율 용적률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나중에 이 땅을 팔려면 조금이라도 땅이 더 있는것이 낫지 않겠는가 등..

어찌 되었던간에, 결국 우리가 그 땅을 사면, 지금 하시는 일들이 다 필요 없는 일이 될 것인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가라는 물음에 그도 긍정을 했지만, 이를 무르진 않고 싶다고 한다.

어떠한 이야기들이 더 오갔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이야기를 멈추고, 아내와 그만 이야기를 계속해서 나눴다. 그는 내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사이에서 나오는 말들이 중간 중간 자신을 굉장히 날카롭게 만든다 한다. 내가 ‘지는..’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자기도 그렇다고 실토를 한다.

과거이야기를 더 하면 할수록 더 서로에게 악영향을 끼진다고 생각하고는 있던거 같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가 아무런 피해없이 결국은 잘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내가 오늘 문화제때문에 빨간줄 긋고 벌금도 몇백 냈다고 얘기하니까 그럴리 없다고 펄쩍 뛴다.

역시 몰란던 것 같다.

솔찍하게 이야기했다.

이 문제 다 그날 2019년 3월 22일 이후에 생긴 일들이고, 그사이에 있던 박사장이 중간전달에 큰 문제들이 있었다.

이제 조금 들은 것 같다.

그와 앉아서 이렇게 오랜 이야기를 한 것이 정말 오랜만인것 같았다.

물론 그사이에 별에 별 쓸 데 없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빽이 있어서 행심을 이겼느니, 자기가 사진 500장이 넘게 있는데 이거를 다 모른척하고 이랬느니 저랬느니..

공무원들 다 해고시킨다느니, 자기가 종로구청에 몇십년간 봉사했는데 자기를 물로 봤다는니.. 석의장한테 사정사정했는데 단돈 한푼도 안깎아주더라 뭐니. 다 자기편드는것처럼 이야기하다 다 우리쪽편을 들었다느니..

내가 무슨 빽이 있는가.

어찌되었던간에

그는, 땅을 팔생각이 있으나,  금액적인 문제나 이런것들은 사모와 아들이 매우 확고하기에 직접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든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결국 그들도 이제는 그만하고싶은것이다.

그건 알고 있지만, 그 마음을 들어내는게 언제인지… 1년을 넘게 기다려온 이야기 인 듯 하다.

맹지와 이야기는 적당히 끝났고, 현재 공사는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를 지을 것이라 했다.
지금 하는 행위가 정말 마음에 안들고, 이렇게 얘기를 해도 결국 자기네 맘대로 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관장님 믿습니다. 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아내가 시청으로 나서고, 나는 주변정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지나가는 과정에 정말 우연찮게 사모와 첫째딸을 만났다.

인사는 언제나 잘 한다.

길을 걸으며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모가 화가 나는 부분을 이해한다.

그와중에 우리가 산돌의 땅을 자기네보다 훨씬 싸게 샀다고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이또한 오해이고, 나도 매 점심시간마다 찾아가서 빌고 또 빌어서 늦춰 샀다고 이야기를 했다.

모르는 이야인것 같아서 처마 이야기도 같이 했다.

사모가 여전히 마음이 풀릴 기미가 없어 보이지만, 약간의 이해는 하는 것 같았다.

사모는 땅을 팔것이라고 했다.

근데, 자기네들도 비싸게 샀으니 우리도 비싸게 주고 살 생각을 하라 했다.

나는 땅을 사는게 문제가 아니고, 관계회복이 문제이고 그 과정에 땅의 매매가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

첫째딸이 웃기다는 듯, 그랬으면 처음부터 그러지 말았어야죠 라고 한다.

옛날같았으면 알지도 못하면서 껴들지 말라고 했을텐데,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서 씹었더니, 사모가 나무랬다.

나는 언제든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있고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지 1년이 훨씬 넘었다라고 말씀 드렸다.

사모는 2달간 공사중지되어 이 집짔는데 몇억이 더 소모됐다고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1년 반동안 공사를 못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무말 못하신다.

내가 이야기 만나서 이야기 하고싶다고 했다.

사모가 말했다.

무슨뜻인줄 알겠고, 조금만 기달려라. 우리도 화가 많이 나있으니, 조금만 가라앉힌 후 만나겠다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연락을 진짜 줄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관련해서 오늘 문자를 보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사이, 맹지가 왔고, 집앞까지 따라가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금 해어질 때, 옆집 행운사장님이 오셨다.

행운사장님과 맹지는 몇마디 나누고 나는 행운사장님과 같이 대학로로 나섰다.

행운사장님은 아메리카노를 한잔 사주셨다.

어려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마치 큰 형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곧 아내의 심의가 끝날것 같다.

우리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 1일

프로스트와 여러 이야기들을 즐겁게 나눈 후에
돌아온집은 역시나 엉망진창이였고,
조금이나마 있던 그의 믿음은 뚝 떨어졌다.

외벽에 1.2m 이상을 성토하여 올려놓은 그곳을 보았을 때는
정말 화가 치밀어 올라서 바로 전화로 따지려고 하였으나
아내가 말렸다.

좀 더 좋은 이야기와 문구로 다음날 다시 이야기 하자고.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해 아침부터 문자를 작성했다.

 

+2년

아무것도 달라진것은 없고

최악의 상황까지 달려왔다. (웹작업 복구하면서.. 22.12.15)